돼장간이라는 말은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쇠를 달구어 온갖 연장을 만드는 ‘대장간’이라는 말과 음가(音價)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무슨 식당 이름이 그런가 하다가도 문자언어로 표기해 보면 기발한 상호에 웃음을 띄게 된다.‘돼지와 장어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라는 의미로 익살스럽게 지은 상호는 상표등록까지 했다. 전국에서 하나뿐인 이름이다.
이신혜(46) 사장은 이처럼 재치있는 상호만큼 음식도 최고의 맛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돼장간의 주요 메뉴는 제주도 흑돼지와 바다장어로 만든 요리들이다. 최고급의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제주도 현지에서 흑돼지를 수급하고 바다장어는 가장 품질이 좋다는 통영에서 가져온다.돼장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제주도 흑돼지 오겹살이다. 굳이 제주도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곳에 가면 특유의 맛을 가진 흑돼지를 맛볼 수 있다.
이신혜 사장은 “손님 가운데 어떤 분은 제주도에서 먹었던 흑돼지보다 대장간의 흑돼지가 더 맛있다고 칭찬했다”고 말했다.흑돼지는 육질이 일반 돼지와 다르다. 쫀득쫀득한 식감이 돼지고기 특유의 물컹한 식감과는 확실하게 차이가 난다. 그리고 풍부한 육즙은 돼지고기의 풍미를 한층 더 살려준다.바다장어가 돼장간에 오면 특별한 요리로 탈바꿈한다. 일반적으로 손님이 직접 장어를 구울 때는 양념이 쉽게 타버리기 때문에 장어 특유의 맛을 잃어버리기 쉽다. 돼장간은 이런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주방에서 완전히 구운 음식을 손님상에 올린다.
전문가가 양념을 제대로 발라 가장 적당하게 익힌 장어구이를 먹을 수 있어 돼장간의 장어구이는 실패하는 법이 없다.돼장간이 개발한 회심의 메뉴인 장어 추어탕은 어느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아이템이다. 장어의 살을 발라내고 남은 뼈와 대가리를 갈아 독특한 방법으로 고아내 육수를 만든다.
그리고 각종 부재료를 듬뿍 넣고 끓여낸 뒤 들깨를 곁들인다. 미꾸라지 추어탕에 익숙한 이들은 다소 낯설 수 있지만 돼장간의 장어 추어탕은 단순한 한 끼 음식이 아니라 보양식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다른 음식에 비해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로운 음식이지만 손님이 측별히 좋아하는 메뉴여서 더욱 정성을 들이는 음식이다.이신혜 사장의 친정어머니 박옥주(66)씨는 주방을 지킨다. 돼장간의 주요 요리에서 찾을 수 있는 깊은 맛은 바로 박씨의 솜씨다. 어머니의 손맛을 그대로 구현하는 박씨의 음식은 대부분 회사원인 고객들에게 집밥의 그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박씨는 “음식을 만들면서 조미료는 가급적이면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식재료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며 “된장, 고추장을 집에서 담는 것은 당연하고 김치와 겉절이도 직접 만들어 손님상에 올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님도 가족이라는 생각에 우리 가족에게 밥을 먹인다는 심정으로 요리를 한다”며 “음식을 하면서 하나하나 맛을 보면서 고집스럽게 장만한다”고 덧붙였다.돼장간이 있는 나아리의 새마을 지도자 김홍기(60)씨는 이 식당의 단골이다. 김씨는 “식재료에서부터 음식을 완성해 손님상에 올릴 때까지 정성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왜 손님들이 이 식당을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며 “젊은 사장과 가족들이 운영하는 식당답게 서비스도 완벽해 한 끼 밥을 먹으면서 행복해할 수 있는 식당”이라고 호평했다.
최근 돼장간은 점심 식사로 도시락 메뉴를 내놨다. 코로나19로 식당을 찾기 꺼려하는 손님을 위한 것이다. 한식, 경양식, 중식까지 다양한 식단으로 만든 도시락은 하루 150~200개 정도씩 팔려나간다. 코로나19로 말미암아 몰아친 불황을 극복하게 한 효자 품목이다.이신혜 사장은 “도시락은 인근 월성원자력본부의 젊은 사원들에게 인기가 있는 품목”이라며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유효한 아이템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간 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호황을 누렸던 돼장간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매출이 반 토막이 났다.하지만 이신혜 사장은 “어려울수록 식재료를 더욱 엄선하고 아끼지 않아 손님이 더욱 만족하는 음식을 만들어 내겠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손님의 건강을 위해 진정성을 담은 경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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