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물결로 변해가는 세상을 살면서(變遷四波世), 이제 보니 벌써 구십 년이 흘러갔구나(於今九十年).쳐다보고 내려다보니 허다한 일(俯仰許多事), 이 시들 가운데 점 찍혀 있구나.(點在此詩篇)"삼보컴퓨터의 설립자이자, 박약회 회장인 이용태 이학박사(사진)가 `행파 한시집(杏坡 漢詩集)`을 발간했다.
행파 이용태 박사는 영남 유학의 명문인 재령 이씨 영해파의 종가인 충효당의 19대 종손이다. 퇴계 선생 종가의 종녀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북한산 자락에 우거하면서, 뒷산에 오르며 여러 수의 한시를 읊었다고 한다.
이 박사는 퇴계 선생을 존경해 퇴계학연구원의 이사장직을 맡아 이 사업을 물심양면으로 도왔으며, 전국적인 유림을 모아 조직한 박약회의 회장을 맡아, 매년 전국을 순회하는 총회에 참석해 그때마다 그곳 회원들을 위해 한시를 지었다고 했다.
이 박사는 19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인터넷 보급을 앞장서 이끌면서 인터넷 박약회를 조직하고, 이 모임의 휘보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기도 했다. 정보통신기술 확산에 힘쓰면서, 정보통신 기업을 직접 설립 경영해 중국에 진출해서 그곳 정부 인사와 한시로 교관하며 신뢰를 쌓기도 했다.
또한 전국적인 인성교육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인성교육을 위한 몇 권의교재도 개발하고, 앞장서서 전국을 누비며 열성적인 강연을 해온 결과, 100명 이상의 열성 자원봉사자들을 만드는 성과도 이루었다. 구순을 앞둔 노구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강연 활동을 하면서, 이런 성과를 여러 편의 한시로도 남겼다.
이 박사는 대인관계에서도 그 인품과 덕성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특유의 매력을 가진 분이다. 대화하면 저절로 즐거워지고 타인을 위한 배려는 몸에 배어서, 이 박사와 한번 만난사람은 그와 계속 교우하기를 원한다. 이 박사는 이런 인간관계를 가끔 한시에 담아 그의 달필로 일필휘지해 건네줌으로써 상대방을 감격하게도 하는데, 이런 한시들 수십 편이 이 한시집에 녹아있다.
한시를 쓰려면 운자(韻字)가 주어지고 한자의 사성(四聲)에 근거한 평성(平聲)과 측성(入聲)의 배치가 규격에 맞아야 한다. 더욱이 율시에서는 평측의 성조 배열뿐 아니라 앞뒤 시구간에 평측과 대구가 잘 맞아야 하니 제대로 된 한시를 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전 한국전력 사장인 소남 이종훈씨는 행파 이용태 박사와 1987년부터 `난사蘭社`라는 이름의 시사의 동인으로, 매달 한 번씩 모여 각자 지어 온 한시를 서로 평가하고 다듬으면서 완성하는 과정을 함께 해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30년 넘는 오랜 세월 읊은 한시를 모으고 우리말로 번역해 한 권의 한시집으로 출판하게 됐다고 했다.
행파 한시집은 제7부로 구성됐으며, 난사시집 제1집~제7집을 비롯해 미발간 시집 등이 수록돼 있다. 우리말 번역과 관련해 이 책의 제1부와 제6부는 남옥주 퇴계학연구원 연수원이, 제2부와 제4부 및 제7부의 절반은 주동일 전 영남대학교 강사가, 제3부와 제5부 및 제7부의 절반은 이승발 전 경일대학교 특임교수가 초역했고, 전체 교열과 윤문은 이장우 영남대학교 중문과 명예교수가 맡았다.
제1부부터 제5부까지의 시는 이미 간행된 난사시집 제1집부터 제5집에 나누어 수록됐던 시들이고, 제6부는 난사시집 제5집이 나온 뒤에 지어진 시들이다. 제7부의 시들은 난사시집에 실리지 않았던 시들을 찾아내어 탈초해 추가한 것이다. 주로 잘 알고 지내는 국내외 저명 인사들에게 보낸 축하 인사 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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