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이재명
경북 안동의 산촌에서 가난을 숙명처럼 여기고 자란 이재명이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찢어질 듯 가난에 산나물을 캐 먹고 살아온 이재명이 외신들의 조명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 이재명은 주경야독으로 변호사가 되고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된 링컨 미국 대통령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화전민의 아들 이재명은 가난을 딛고 주경야독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변호사가 되고 기초단체장과 도지사를 거쳐 대통령 후보가 됐다.
그는 학력 콤플렉스, 장애인 콤플렉스의 아픔을 극복하고 대통령 후보가 된 입지적인 인물이다.
그는 흙수저도 아니고 무수저라고 외치는 이유는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 많은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어지간한 일에는 눈도 깜빡하지 않는 것은 ‘해낼 수 있다’는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이번에 집권 여당 대선후보로 낙점될 수 있던 바탕에는 그렇게 길러진 특유의 승부욕, 그리고 투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1964년 12월 경북 안동에서 5남 2녀 중 5번째로 태어나 혼자서 15리를 걸어서 초등학교에 다녔다.
그가 태어난 안동군 예안면 도촌리 산골 마을은 선비들이 수도한 명산 청량산 자락이다.
여러 남매의 삶의 무게에 짓눌려 부모도 아들이 태어난 날조차 헷갈릴 정도였다고 한다.
◆ 성남에 이주, 밑바닥 도시생활이 인생역전
이재명은 `찢어지게` 가난해 진학은 엄두도 못 냈다.
너무 견디기 힘들어 몇 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배움에 한이 진 그는 공장에 일하면서 틈틈이 단어를 외우고 독하게 공부해 중학과 고교를 검정고시를 거쳐야 했다.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1982년 중앙대 법학과에 합격해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서울대에도 무난하게 합격할 점수였지만 중앙대가 학점에 관계없이 3년 등록금을 면제해줬고, 월 20만원의 생활비 지원 혜택을 제안한 것에 끌렸다.
살길을 찾아 나선 아버지를 따라 성남으로 이주해 화전촌은 탈출했지만 단칸방 셋방살이에 빈민촌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가 공장에 다닐 당시에는 관리자들이 각목을 들고 다니며 아무런 이유 없이 규율을 잡는다며 닥치는 대로 속칭 `빳다`를 내리칠 때다.
동력 벨트에 세 손가락이 휘감겨 엉겨 붙고, 프레스에 눌린 손목 관절이 으스러진 것도 이 무렵이다.
때문에 한쪽 팔이 쭉 펴지지 않게 됐으며 장애인 6급 판정을 받아 훗날 군대에도 갈 수 없었다.
도시 생활에도 흔해 빠진 중학교에도 진학하지 못한 이 후보는 집 근처 목걸이를 만드는 이름 없는 가내수공업장에 일자리를 구했고 적은 보수에 생활에 안 돼 성남 공단 일대 공장들을 전전긍긍했다.
그가 펴낸 에세이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에서 “한때 대학물을 먹었다는 아버지가 자식들을 학교로 보내지 않고 공장에 나가게 했으며, 아버지의 리어카를 밀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오늘의 영광은 이런 역경을 이겨내고 지독하게 공부를 한 결과이기도 하다.
◆ 인권변호사의 길을 택한 이유
이 후보는 인권변호사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3번째이다.
그는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구지검 안동지청에서 검사 연수를 받기도 했다. 고향 초등학교 전 동창회장 김창규씨는 “이 후보는 어릴 적 총명했으며, 사법시험 성적이 판검사를 하고도 남음이 있지만 가난하고 억울한 사람 편에서 일하고 싶다면서 인권변호사를 택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1986년 두 번째 도전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 2년간 사법연수원에서 공부한 1987~88년은 민주화 열망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다. 당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연을 듣고 같은 길을 걷게 됐다.
1989년 성남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천·광주시 노동상담 소장 등 시민운동이 활발했다. 청년 변호사 이재명이 음대 졸업생이던 부인 김혜경씨를 처음 만난 것도 이때다.
이 후보는 항상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간직하고 있다. “꿈 많던 음대생이 온갖 광풍을 이겨내야 하는 정치인의 아내로 살기까지 무수히 많은 감내의 시간이었을 것”이라며 “아내에게 말로 못 다할 미안함이 있다”고 했다.
그는 2006년 성남시장 선거와 2008년 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삼수(三修) 끝에 2010년 민선 5기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그는 ‘열린 시정(市政)’을 내걸며 시장실을 전면 개방했다.
또 지방 정부 최초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대규모 부채 청산에 나섰다.
2010년대 중반 들어 한국 정치권의 무상 논란의 한 가운데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이재명이 사법연수원 연수생 시절 처음 찾았던 5·18 묘역에서 뒤늦게 `광주 세례`를 받은 이후 민주화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 날개 단 이재명, 대한민국 위해 역량 발휘해야
이 후보는 한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곤란을 겪었지만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직후 날개를 달았다.
1년 가까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7월1일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내 지지 기반이 미약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광주·전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상대 후보들을 압도하며 일찌감치 ‘이재명 대세론’을 굳혔다.
이 후보는 출마의 변에서 현 대한민국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위기 근본 원인을 불공정·양극화로 진단하며 ‘공정성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강력한 경제 부흥책 시행’을 역설하며 기본소득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이른바 ‘억강부약’ 통한 ‘대동세상’ 실현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 도지사는 “정치적 후광, 조직, 돈, 연고, 아무것도 없는 저를 응원하시는 것은 성남시와 경기도를 이끌면서 만들어 낸 작은 성과와 효능감 때문일 것”이라며 “실적으로 증명된 저 이재명이 대한민국을 위해 준비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했다. 그리고 10일 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이제는 그에게 `비주류`라는 수식도 그리 자연스럽지 않게 됐다. `신주류`라는 말까지 나온다.
`친문`, `비문`을 따지던 민주당에선 요즘 `이재명 계냐, 아니냐` 하는 질문이 먼저 오간다. 다만 앞으로 본선이란 과제가 놓여 있다. 당선될 경우 역사의 새 페이지를 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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