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들이나 캠프에서 다소 설익은 공약이 남발되는 게 아닌지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최대 현안인 부동산 문제로 맞붙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가 드러나는데 국가 재정이나 민생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 공약은 세제 원칙과 실효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 신중한 검토 작업과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 후보는 부동산 불로소득 타파를 내걸며 국토보유세 도입을 주장했다. 모든 토지에 세금을 매겨 세수 전액을 기본소득 예산으로 쓰겠다는 것이다.
반면 윤 후보는 지난 14일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를 들고나왔다. 윤 후보는 중장기적으로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한 면제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증세냐 감세냐의 논쟁이 가열될 가능성이 있다. 대대적인 세제 개편이 전제돼야 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양측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어떻게 짜일지 궁금해진다. 세원의 근거와 원칙이 무엇인지, 재정 확충 또는 대체 수단이 있는지를 세밀하게 보여줘야 한다. 세수 배분이나 세제 개편에 따른 형평성을 보장할 해법이 있는지도 관건이 될 수 있다.
이 후보의 국토보유세는 모든 토지가 과세 대상인 만큼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 국토보유세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조세 저항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이 후보의 구상이지만 세수나 세율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토지의 활용도는 다양하다.
토지 성격과 무관하게 일괄 과세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빚어질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기존 종부세나 재산세 등에 더해져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남아 있다.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재산세나 종부세와의 과세 충돌을 해소할 방안을 조기에 내놓아야 한다. 윤 후보의 종부세 재검토 방침에 대한 이견도 적지 않다. 종부세수는 지자체에 전액 배분된다.
재정이 열악한 지역에 많은 재원을 공급하는 역할이다. 당장 지자체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종부세 면제 방침은 조세 차별 문제가 불거진다.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공시가 기준 종부세 공제액이 일부 상향 조정됐다. 세금 부담을 다소나마 낮춰 놓은 마당에 종부세를 면제해 준다는 건 조세 형평성을 높이자는 원칙에 반할 수 있다.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전체의 2%가량으로 알려져 그다지 큰 비중은 아니다. 부자 감세 아니냐는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대선 후보들의 잇따른 부동산 관련 정책 방향에 대한 재정 당국의 입장은 현재 명확하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들의 공약 경쟁에 일일이 평점을 매기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다만 정책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세제 개편의 실효성이나 재정 운용상의 건전성 등을 깊이 있게 검토하는 과정은 거쳐야 한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모두 임기 중 주택 250만 호 공급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공공 부문을, 윤 후보는 민간 부문을 공급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주택 250만 호 중 최소 100만 호를 기본주택으로 배정한다는 구상을 밝힌 상태다. 윤 후보는 수도권 130만 호 신규 공급과 청년 원가 주택 공급 계획을 내놓았다. 액면 그대로 실현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과거 정부에서 추진됐던 대규모의 주택 물량 확대 정책과 시행 과정을 곰곰이 되씹어 볼 일이다. 두 후보는 최근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재난지원금 공약을 제시하며 충돌을 빚었다. 재정 상황을 제대로 고려했는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정책 공약의 효율성 등 면에서 좀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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