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불가결한 의식주(衣食住) 문제는 인간의 기본권과 같은 것이라 볼 수도 있는 것이지만, 과거나 지금이나 이 세상 많은 수의 사람들이 여전히 헐벗고 굶주리며 집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집`이라는 것이 그 본래의 거주 목적과 상관없이 재산증식 수단이 되면서 투자 상품으로 유통되기 시작하자, 대량의 다주택 보유자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마치 명절 날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귀경길 열차표를 한 사람이 모두 구입한 후, 다른 사람에게 비싼 가격으로 되팔아 부당이익을 챙기는 행위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개 거대 기업의 매출 규모가 한 국가의 예산 규모를 추월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들 모르겠지만, 자본논리대로라면 기업이 한 국가를 통째로 사버릴 수도 있을 것이며, 주택이 문제가 아니라, 대 자본이 모든 식량을 매점매석(買點賈惜)해 버리는 것조차도 불가능 하지는 않다.
따라서 부동산 문제는 경제논리의 영역이 아니라 사회 정의에 관한 도의적 문제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작금의 부동산 이슈들은 사람들에게 도의를 기대할 만큼 한가하지가 않고, 이제 직접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단계에 와 있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기에 의해 발생되는 불로소득 환수는 물론 토지 공개념 도입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공간을 채우고 있는 맑은 공기의 주인이 따로 있을 수 없듯이,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이 대지(大地) 역시 원래 주인이 따로 있지 않았음에도, 어느 때 부터인가 사람들이 자기 발아래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토지 점유 면적의 크기가 곧 부(富)의 척도가 되는 세상을 만들어 왔다.
물론 모든 생명체는 다 자기 생명 유지를 위한 절대 공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체 간에 영역다툼이 발생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절대 필요 공간에 한정되고, 인간들처럼 필요 이상의 과도한 공간 점유는 물론 개체 간 권리 매도나 세습 따위를 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인간들이 토지 등기부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는 사유지와 공유지의 구분조차 명확치 않았겠지만, 특정 장소에 정착한 사람들에게 기득권이 인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터이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 정주(定住)하던 사람이 그곳을 버리고 떠나면, 토지는 다시 다른 사람에게 재활용될 수 있었기 때문에 인간은 한정된 면적의 행성위에서도 지금까지 지속적인 번성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토지가 곧 재산이요 권력이라 할 만큼 토지에 대한 사유권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된 지금, 극소수의 사람들이 국토의 대부분을 점유해 버림으로써, 비기득권 서민들은 자기가 발을 딛고 설 단 한 평의 공간도 확보하지 못한 채, 일생동안 유민처럼 떠돌며 오로지 비싼 공간 이용료(주택 임대료 등)를 충당하기 바쁜 고달픈 삶을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간사회가 만든 모순 중에도 가장 큰 모순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매우 좁고 열악한 조건의 주거공간조차 하나 당장 마련하기 어려운데, 어떤 사람들은 수 만평, 수 십 만평 아니 수 백 만평의 땅을 사유화하여 수 십 년을 묵혀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산 사람이 살 곳도 마땅치 않은 이 때, 죽은 자에게까지 명당을 유택지(幽宅地)로 내 주어야 하는 이 불합리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 얘기다.
지금과 같이 강력한 토지 사유권을 그대로 둔 채, 그 어떤 부동산 정책도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인데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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