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나서 오관을 통해 정보를 접하면서 성장 발달하는 존재이다. 감관 중에서 어느 것이 제일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서열화 할 수 없다. 모두가 각기 중요한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문이 불여일견야(百聞不如一見也)`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시각이 청각 보다 중요한 듯하나, 이것은 본다는 상황에서는 그렇다. 음악감상과 같은 불가시적인 음의 감상은 시각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서 이때는 청각이 시각보다 중요하다.
요즈음은 발달된 전자매체 때문에 여러 가지 정보가 간접경험을 통해 쉽게 검색하여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입력된 정보에 한하기 때문에 제한 적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현장학습이라는 명목으로 교실을 떠나 교육적 소재가 있는 곳에는 지도교사의 인솔 하에 학습의 현지화를 많이 하고 있다.
마치 신라 화랑들이 `유오산수 무원부지(遊娛山水 無遠不至)`라 하여 `산수를 즐기며 먼 곳까지 이르지 않은 곳이 없었다`라고 하여 산수가 좋은 곳이면 전국 어디에도 멀다 않고 다니면서 유오를 즐겼다는 것과 같은 학습방법이다. 학습의 장은 제한된 교실공간이 아니라 개방의 장소인 전 국토가 화랑들의 심신연마 도장이었던 것이다. 교육적 소재가 있는 현장에 가서 직접 체험을 통해 산지식이 체득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특히 경주는 신라 천년의 문화유적이 무수히 산재해 있어서 현장학습지로서 대단히 중요한 도시이다. 지난 시절에는 전국에서 타 도시에 비해 학생들이 춘추로 수학여행을 많이 왔던 곳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문화 변천에 따라 문화유적 심방 보다는 먹거리 오락 등에 중심이 된 듯 유감스럽다.
경주 황남동 황리단길은 청소년들의 기호에 맞는 음료와 식사, 볼 것 등이 많아서 평일에도 복잡한 귀성 도로처럼 청소년과 차량이 연일 길을 매우고 있다. 상가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일반 주민들은 통행이 불편하고 소음과 매연 등으로 가득한 풍경이 소란스럽고 짜증이 난다고 한다.
평일 낮 시간에도 쌍쌍이 밀착보행하며 거리에 북적대는 것을 보면 정다운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시간에 학교교실이나 혹은 직장에서 과업에 열중해야 할 것 같은데, 거리에 활보하며 낭만을 즐기고 있으니 잘못된 것 같아서 공연히 걱정스럽다.
지난 토요일에 경주여중 서예반 학생들의 문화유적 현장학습 해설자로 지난 봄에 이어 두 번째로 초빙되었다. 숭혜전 정문 앞에서 미팅하기로 한 약속시간을 지키기 위해 예상되는 거리의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여 두 시간 전에 승용차를 운전하여 나섰더니 15분이면 도착할 거리인데 행인과 차량이 초만원을 이루고 있어서 차를 돌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전국의 승용차가 모두 이곳에 집결한 듯 그 복잡함은 상상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내남 사거리에서 첨성대 쪽 방향과 황남파출소에서 대릉원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그 입구부터 진퇴불가(進退不可)의 양난(兩難)이었다.
일방통행 조치를 하든지 아니면 이달 말 개통예정인 황남대교 동편 들녘에 `모형경주종합문화유적단지`를 조성하여 새로운 관광명소를 건설한다면 소통과 볼거리가 좋아 관광객이 더 많이 경주를 찾을 것으로 여겨진다.
숭혜전 전참봉 김용구 박사의 환영 인사말을 듣고 정전(正殿) 앞 배석(拜席)에서 사배 올린 후 영육재 마루에 학생들을 앉게 하여 미추왕·문무왕·경순왕의 위패가 봉안된 숭혜전과 대릉원의 유래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특히 현존하는 신라왕의 유일한 영정인 경순왕의 진영(眞影)과 대제 의례 및 절하는 방법과 참봉의 역할 등이며 특히 백성의 목숨을 임금의 권좌보다 중히 여긴 경순왕의 경천순인(敬天順人)하신 덕의에 대해 설명을 하였더니 학생들은 조용히 경청해 주어서 전통 있는 명문 경주여자중학교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미추왕릉과 천마총 및 600,432m²의 넓은 대릉원 일대에 산처럼 우뚝한 고분과 다종의 수목 등은 대폭의 신선도처럼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토요일 오후 중요한 시간을 학생들의 현장 견학을 위해 배려한 담당교사 김성태 선생님과 지도강사 류재학 선생님의 헌신적인 참스승의 모습에서 푸른 하늘에 아름답게 비친 사제동행의 교육적 견학만이 아니라 삶의 진정한 목적을 느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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