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지방에서 공장을 두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예는 많다. 그 기업들은 한적한 지방도시를 산업도시로 성장하게 만들고 도시의 성격을 바꿔놓았다. 대표적인 예가 울산광역시일 것이다. 현대중공업과 자동차, SK와 에쓰오일 등 대기업은 울산시의 경제와 시민의 삶을 확실하게 바꿨다. 그러나 그들 기업의 본사는 서울에 있어 실제로 울산시의 세수 증대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시민들은 오랜 기간 본사 이전을 촉구했지만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같은 문제가 포항에서도 발생했다. 포스코의 문제다. 포스코는 대한민국 철강입국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발전해 왔고 포항과 경북, 나아가서 국가 경제 발전에 오랜 세월 큰 공적을 끼쳤다. 그러나 최근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이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10일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물적분할을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오는 28일 최종 의결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사회에서 포스코의 자원 배분과 투자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포스코홀딩스가 서울에 눌러앉는 것으로 결정되면 포항은 여러 가지로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는 지난 2018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포항시와 상생협력 MOU를 맺은 바 있다. 그때 포스코는 신소재·신성장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 당시 포항시민이 가졌던 기대를 포스코는 충족해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회의 결정으로 지주회사가 서울에 설치된다면 약속을 이행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고 포스코센터와 연구기관 등도 서울로 가져가 포항은 속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  포스코가 지난 50여년 국가산업발전을 위해 노력할 때 포항시민의 고통은 동반됐다. 하지만 시민들은 고스란히 그 고통을 감내해 왔고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기업에 대한 무한 애정을 보냈다. 그러나 포스코는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포항시민들과 의논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기업이 하는 못된 관행을 고스란히 거듭한 것이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 그들은 `자사주 소각`과 `철강사업 자회사 비상장 정관 명시` 등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할 포항시와의 상생협력과 지역 기업들에 대한 안전장치 등은 빠져 있어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동안 포스코는 대한민국의 철강산업이 호황을 누릴 때 포항을 거점으로 무한 발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철강산업의 중심이 중국으로 옮겨가면서 기업의 새로운 변신이 요구됐고 그 시점에 포항시는 다양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코는 살며시 포항에서 발을 빼려고 하는 것이다. 포항시민의 입장에서는 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 기업의 윤리를 들먹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포스코의 현재 자세는 대기업다운 모습이 아니다. 아직 시간은 남았다. 포스코그룹 지주회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을 포항에 설치해 반세기 넘게 함께 했던 포항시민과 같은 호흡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대한민국 근대화의 대표 기업으로서 쌓은 명예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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