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결렬을 둘러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간 지루한 줄다리기가 유권자의 판단을 크게 흐리며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 윤 후보는 27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안타깝게도 오늘 아침 9시 단일화 결렬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대선후보 등록일인 지난 13일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를 안 후보로부터 제안받은 이래 양측이 대리인을 내세워 물밑협상을 벌여왔고 후보 회동을 위한 일정 조율만 남은 상태였지만 돌연 결렬을 통보받았다는 주장이다. 윤 후보는 "안 후보의 화답을 기다리겠다. 국민들의 열망인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통합에 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막판 단일화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하지만 안 후보가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하자 지난 20일 대선 완주를 선언한 데 이어 이날 최종 결렬을 통보함에 따라 단일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윤, 안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서로의 불신 속에 갈등만 키우고 무산에 이르게 된 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날 회견에서 윤 후보는 "지금이라도 안 후보께서 시간과 장소를 정해주시다면 제가 지방에 가는 중이라도 언제든지 차를 돌려 직접 찾아뵙고 안 후보와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안 후보는 기자들에게 단일화와 관련, "제가 거기에 대해 이미 열흘 정도 전에 제안했고 거기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아무 답을 받지 못했다"며 "계속 립서비스만 그렇게 계속하는 건 도의에 맞지 않고 국민들께도 도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로써 투표용지 인쇄일(28일) 전 단일화는 어려워 보이며, 양측의 `네 탓 공방`을 볼 때 협상의 불씨를 살리기도 그리 녹록지 않을 것 같다. 열흘 남은 대선은 결국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포함해 4자 구도로 치러질 공산이 커 보인다.
윤, 안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볼썽사나운 공방을 벌이다 결국 결렬 수순으로 접어드는 사태를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심정은 그저 씁쓸하다. 진지한 논의를 원했다면 먼저 두 후보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 등을 극복할 국정철학과 비전을 합의하고 발표하는 모양을 갖추는 게 순서였다. 하지만 이를 건너뛴 채 후보의 대리인을 내세워 결국 여러 논란만 부를 물밑 협상을 진행하다 책임 공방만 벌이는 낡은 방식을 답습했다. 그 과정에서 여론조사 경선이나 공동정부 구성 등을 둘러싼 일종의 `밀약`이 논의됐는지 여부는 유권자들로서는 알 길이 없다. 단일화 협상 결렬이 결국 `권력 나눠 먹기`를 둘러싼 양측의 이견 탓에 파국을 맞게 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만 들 뿐이다. 대선 막바지 최대 변수로 꼽혀온 단일화가 완전히 종결된 것인지는 여전히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단일화를 둘러싼 지루한 공방이 이미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혼란과 피로감을 주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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